덕수궁 석조전이 문을 열었다. 수년간 가림막으로 가려져있던 궁역이 개방되었다. 내부는 대한제국역사관으로 부른다. 역사관이 좀 많은가, 싶지만  덕수궁의 내부가 궁금했기에 얼른 들어가보고 싶었다. 온라인으로 예약한 사람에 한해서 그것도 30분 간격으로 15명으로 한정되어 있기에 일주일을 기다린 후에야 1층과 2층을 둘러볼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공간이었다. 





하마마츠시립도서관에 있던 1898년의 도면과 옛 사진과 신문기사를 통해 복원하고 내부의 가구들은 부분적으로는 창덕궁 수장고에 있던 것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재현했다. 불충분한 부분은 서양식 가구를 공급했던 영국 가구회사인 메이플 사의 카탈로그를 점검하면서 당시의 것을 추정했다고 한다. 



석조전은 덕수궁에 지어진 서양식 궁궐 중에서 가장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다. 고종임금은 석조전을 정전으로 사용하고자 했으나, 1910년에야 완공된 당시는 이미 한일병합조합이 이루어진 해로, 우리는 독립된 국가로서의 권리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제국의 황제를 위한 모든 장식들이 석조전에 활용되었다. 신고전주의풍의 장식과 기둥, 금테를 두른 몰딩, 완벽한 서양식 건물안에 완벽한 서양식 가구로 꾸며진 궁궐은 다소 이질적이면서도 대단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석조전에서 프랑스에서 보았던 수많은 저택, 궁궐들을 떠올렸다. 이토록 유럽을 닮고 싶었던가, 이것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했던가. 





  


서양식 건물의 창에서 전통 궁궐의 아름답고 정교한 색과 형태가 바라보인다. 

이런 이질적인 만남이 참 좋다.





고종임금은 석조전을 거의 사용하지 못했고 이 궁궐은 영친왕 부처가 조선을 방문했을 때 사용하거나, 그의 주요 컬렉션을 보관, 전시하는 장소로 쓰였다. 도쿄 아카사카에서 거처하던 영친왕 부처는 조선땅을 거의 밟지 않았으므로 석조전은 비어있을 때가 많았을 것이다. 덕수궁은 어느 순간, 시민들의 위락을 도모하는 장소로 바뀐다. 어린이 놀이터가 생겨나고 물웅덩이는 스케이트장이된다. 영친왕 이은의 일본미술컬렉션을 전시하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미술관이 설립되었고, 시민들은 쉽게 궁궐을 드나들었다. 지금의 우리처럼. 

 


비밀스런 분위기가 한껏 풍기는 대식당. 이곳에는 어떤 음식이 등장했을까? 

궁궐의 서양음식을 재현해볼 수 없을까?





석조전은, 이왕가미술관, 미소공동위원회 회의장으로 사용되었고, 1955년에는 국립박물관이 되었다. 내부는 차례차례 변화를 맞았다. 복원은 2009년에 시작되었다. 원형찾기는 쉽지 않았으나 공들여 그 시대로 되돌려놓았다. 우리는 석조전에서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까? 아직은 모르겠다. 아직, 우리는 100년 전 과거를 들여다보고 판단할 그 어떤 준비도 되어있지 않기에. 해설사는 말을 아꼈고, 답사자들 중 나이든 양반은 일제를 욕했다. 그런 장소로서 석조전을 보기에 이 공들인 것이 너무 아깝다. 


작은 공간이라도, 대한제국을 이해할 도서관이나 자료실이 있다면 좋을텐데, 우리의 역사관과 기념관은 이런 면이 너무나 부실하다. 석조전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혼란한 질문들이 마구 떠올랐으나 그 어떤 해답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무언가 시작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우리는 그 시대를 파헤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도 되는 것이다. 





석조전에 대해서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밀스럽게 공개된 장소이니, 다른 이야기는 차지하고 내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1층 중앙홀에 놓인 당시의 가구. 창덕궁 소장인 왕실 가구라 한다.






1층 접견실 / 공식행사가 열리던 공간  



1층 귀빈대기실 / 폐하를 알현하기 위해 대기하는 장소 



1층 귀빈대기실의 가구 



1층의 복도 



1층 접견실과 인접한 방. 제국의 복식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모든 것이 새롭게 복원되었으나, 계단의 황동 손잡이는 100년전 그대로다. 






커튼도 예쁘다. 컬러는 붉은 색, 연두색, 황금색의 세가지가 골고루 쓰였다. 

물론, 이 컬러와 문양은 재현이다.  



석조전의 도면 자료. 일반공개되면 좋을텐데. 얼른 자료집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창밖으로 보는 풍경이 참 좋다. 가장 좋은 목재로 가장 공들여지은 궁궐 건물이 아닌가!



2층은 왕실 가족들의 사적 공간이다. 당시를 재현한 화장실과 세면대  




벽난로와 관련된 소품들.




2층 황제 침실 




2층 황제의 서재 






2층 황후의 서재. 

1층과 2층 모두 완전히 대칭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닥 목재 패턴. 이것도 고증된 것일까, 궁금했다.

중명전은 이에 비하면 품위없이 복원되었다.  






30분 간격으로 해설사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2층의 회랑. 석조전의 다양한 역사를 볼 수 있는 사진들이 걸려있다. 



아직 어린 영친왕이 석조전 2층 난간에서 사진을 남겼다. 



1910년대의 석조전모습. 뒤쪽으로 돈덕전인지 환벽전인지 

양관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층 테라스로 나가보았다. 덕수궁 일대와 궁담 바깥까지 훤하게 보인다. 

왕의 시름. 왕의 존재.



가을이 찾아온 덕수궁. 이곳에서는 모든 풍경이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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